에른스트 루비치(Ernst Lubitsch)의 '코히겔의 딸'(Kohlhiesel‘s Daughter) 분석

 1. 영화 개요

  • 제  목 : Kohiesel‘s Daughter (Kohlhiesels tochter)
  • 감  독 : Ernst Lubitsch
  • 장  르 : 코미디
  • 개봉연도 : 1920년
  • 러닝타임 : 60분
  • 출연배우 : Jakob Tiedkte (Mathias Kohlhiesel), Henry Porten (Gretel&Liesel Kohlhiesel), Emil Jannings (Peter Xaver)

2. 배경 사상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1910년대 후반 유럽 전역에서는, 세계 영화 시장 패권을 쥔 미국 고전주의 영화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고전주의 영화의 교차 편집, 파노라마 기법 등을 학습하면서도 거부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독일에서는 미국의 형식과 표현을 거부하는 '표현주의' 영화 사조가 형성된다. 표현주의는 외적 세계가 아니라 예술가의 내적 세계를 반영하는 걸 추구한다.

문학, 미술, 음악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도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에 이를 적극적으로 접목하려 노력했다. 장르 간 교류는 산업과 경제의 벽을 넘어 활발하게 이뤄졌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제 1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경제 파탄으로 위기에 직면한 시기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도 새로운 가치관을 열망하게 하여 표현주의 발전에 기여했다.


3. 에른스트 루비치, '코히젤의 딸' (Ernst Lubitsch, 'Kohlhiesels tochter')

에른스트 루비치는 독일 초기 영화사의 대표적 인물이다. 몸짓언어로서 영화의 가능성을 주목한 그는 '주무른'(Sumurun, 1910)과 '인형'(Die Puppe)(1919) 등의 작품에서 표현주의 요소를 대폭 접목했다.

코미디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의 작품은 역설적 상황 속에 재치 있는 내용을 가득 채워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코히젤의 딸'은 그가 나치 박해를 피해 1922년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독일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다. 과장된 얼굴 표정이 영화 내내 클로즈업 되며 영화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난폭한 누나와 여성스런 동생은 동일인이 연기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을 오로지 복장과 얼굴 표정 만으로 다르게 표현한다.


3. 줄거리

세익스피어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를 기본 얼개로 한다.

남부 바바리아에 사는 사버는 아름다운 그레텔 코히젤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여관주인인 마티아스 코히젤은 그레텔의 누나인 리젤이 먼저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는 리젤이 먼저 결혼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레텔과 결혼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아름답고 조신한 동생 그레텔과는 달리, 리젤은 성격이 괴팍하고 거칠어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 좌절하던 사버는 친구 세플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어 리젤과 먼저 결혼해 그녀에게 거칠게 굴어 이혼 당한 뒤, 다시 그레텔과 결혼할 계획을 세운다. 물을 끼얹는 리젤의 거친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버는 끝끝내 구혼에 성공한다.

이는 사실 모두 사버가 리젤과 결혼한 틈에 그레텔을 유혹하려는 세플의 계획이었다. 사버는 결혼 후 계획대로 리젤에게 거칠게 굴며 그녀가 이혼을 요구하길 기다리지만 이미 그레텔은 세플의 유혹에 넘어간지 오래다. 리젤 몰래 만나자는 사버의 편지마저도 무시하는 그레텔.

리젤의 집에 들렀다 그녀의 하소연을 듣는 셰플. 그녀에게 스스로를 예쁘게 꾸며보라고 조언한다. 그의 조언대로 스스로를 이전과는 달리 좀더 여성스럽게 바꿔보는 리젤은 스스로도 그 즐거움을 느낀다. 사버 또한 그레텔보다도 아름다워진 그녀를 보고 마음을 바꿔 리젤과 사랑에 빠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4. 플롯 분석

내러티브는 전형적인 4막 구조다.

1막에서는 인물 소개와 함께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설정된다. 2막은 인물들 간의 관계 맺기가 이뤄진다. 3막에서는 작중 인물들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4막에 이르러 이 모든 갈등들이 해소되는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1막 : 그레텔과 리젤의 소개 – 사버의 등장 – 사버와 두 딸의 만남

영화 초반부는 각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한다. 여성스러운 그레텔과 괴팍한 리젤을 대비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 시퀀스에서 그레텔은 잡상인에게 브로치를 사고 기뻐하지만, 이와 반대로 리젤은 소젖을 짜면서 그녀에게 다가온 잡상인에겐 관심도 두지 않고 오히려 물건을 집어 던지며 거칠게 반응한다.

리젤은 이 모습을 보고 놀리는 그레텔까지 의자로 때리려 한다. 뺨을 때리는 아버지에게 악담까지 퍼붓는 등 도무지 여성스러움이라고는 보이질 않는 난폭한 모습만을 보인다. 이어 여관에 들른 사버와 친구 세플에게도 거칠게 굴어 반발을 사지만, 상냥한 그레텔이 등장해 이 둘을 진정시킨다.

2막 : 여관 무도회 – 사버와 그레텔의 데이트 – 손님을 내쫓는 리젤

등장인물 간 관계 맺기가 이뤄진다. 장소는 여관 무도회다. 1막에서 소개한 인물들이 무도회를 계기로 서로 엮이기 시작한다. 사버는 그레텔과 함께 춤을 추고 밖으로 나가 그녀와 함께 산책하던 중 청혼까지 한다.

사버는 다른 여자들을 겁주고 그레텔과 춤추는 중 모든 이를 밀쳐내는 막무가내의 속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이어 데이트 시퀀스, 리겔이 손님을 내쫓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1막에서의 난폭한 성격을 더 강조하는 시퀀스로 전개된다.

3막 : 마티아스의 사버의 청혼 불허 > 대리 구혼자 고용 실패 > 세플의 리젤 설득과 결혼

두 가지 구성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그레텔과의 결혼을 원한 사버가 아버지 마티아스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하는 것이다. 사버가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분기점이 된다.

사버는 리겔과 결혼할 대리 구혼자를 돈을 주고서라도 고용하려하나 실패하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두 번째 구성점이 등장한다. 사버의 친구 세플은 사버에게 리젤와 먼저 위장 결혼을 하라고 조언한다. 리젤에게 거칠게 굴어서 스스로 이혼을 요구하게 한 뒤, 그레텔과 다시 결혼하면 된다는 것이다.

영화 전개는 그레텔과의 결혼이 아닌 리젤과의 결혼으로 반전된다.

4막 : 사버와 리젤의 결혼생활 > 세플의 그레텔 유혹 > 리젤의 변신 > 종결

그레텔과 사랑에 빠진 세플이 리젤에게 보다 여성스럽게 스스로를 꾸미라고 충고한다. 극은 리젤이 세플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장면을 거쳐 다시 반전된다. 사버는 달라진 리젤에게 빠지고 이는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5. 주요 시퀀스 분석

1막에서 그레텔을 소개하는 첫 번째 시퀀스는 육체적 현실감을 넘어 얼굴표현을 통해 감정을 강조하는 독일 표현주의의 전형이다.

그레텔은 첫 시퀀스에서 지속적으로 과장된 얼굴 표정을 보여준다. 이는 그레텔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녀가 보고 기뻐하는 브로치 또한 그레텔의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퀀스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표정으로 리젤의 성격을 나타낸다. 앞서 그레텔을 연기한 Henry Porten은 둘째 시퀀스가 시작할 때는 반대로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는 리젤에게 남성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또한 잡상인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 그레텔을 겁박하고 의자를 집어 던지는 행동으로 리젤에게 난폭한 성격을 더한다.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에서도 후터와 올록의 과장된 표정을 통해 그 성격을 대비시킨 바 있다.

'코히젤의 딸' 오프닝도 시종일관 씩씩거리는 리젤과 시종일관 휘둥그레진 표정을 짓는 리젤을 보여줌으로써 둘의 성격을 대비시킨다. 이는 1막이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며 각 인물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2막의 첫 시퀀스는 여관의 무도회가 시작되는 장면이다. 여기서는 앞서 설정하지 못한 사버의 성격을 여러 무례한 행동들을 통해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두 사람이 엮이게 되는 배경을 그려낸다.

무도회 장면은 악단 연주와 함께 점층적으로 발전한다. 연주 시작 후, 사버와 그레텔이 춤을 추며 좀 더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다. 첫 번째 연주가 끝나면서 지친 사버와 그레텔이 산책을 나가는 시퀀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산책 중에는 마지막 연주가 시작된다. 분위기가 고조된 무도회장. 이제는 몸짓이 아닌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는 사버와 그레텔의 산책 장면을 교차 편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보여준다.

2막 말미에서는 무도회가 파하고 홀로 뒷정리를 하는 리젤의 모습, 사버와 그레텔의 데이트를 목격하고 이를 방해하는 리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3막의 반전과 이어진다.

3막. 마티아스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사버의 모습과 땔나무를 썰매로 옮기려다 미끄러지는 리젤이 지속적으로 교차편집된다. 사버의 구혼 실패, 리젤이 땔나무를 옮기다 남자들을 겁주는 모습, 겁먹은 남자들이 리젤과 결혼할 남자를 매수하려는 사버의 부름에 줄행랑치는 시퀀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극의 전개방향은 세플이 사버를 설득하는 시퀀스에서 반전한다. 사버가 마티아스에게 리젤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이후 사버의 리젤에 대한 구애를 보여주는 모습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편치 않은 리젤과 사버의 표정을 부각시키며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4막의 첫 시퀀스는 세플과 그레텔의 대화 장면이다. 둘이 끌어안는 모습, 그레텔의 양동이를 세플이 들어주는 모습을 통해 사버의 계획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어 리젤에게 난폭하게 구는 사버의 모습을 통해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는 리젤이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단초가 된다.

세플이 그레텔과 대화하는 시퀀스 또한 여전히 그레텔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사버와는 반대로 마음이 세플에게로 떠난 그레텔을 보여줌으로써 갈등을 고조한다. 리젤이 세플의 충고에 따라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을 거쳐 종막에는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등장인물들 각각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여기서도 갈등의 해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이다.


6. 텍스트 분석

시대적 의미

고전적 성역할

당시의 고정된 성 관념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리젤은 처음에는 거친 여자였다. 마지막에 이르러 조신한 여성으로 변모하며 사버의 애정을 얻게 된다. 이는 당시의 성관념이 여자에게 여성스러울 것을 요구하는 보수성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보수성은 영화 초반 무뚝뚝한 리젤을 대하는 남성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자라면 상냥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할 정도로 엄격했음을 알 수 있다. 브로치, 리젤이 마신 맥주, 썰매와 같은 일련의 장치들도 고정된 성 역할을 상징하는 요소로서 등장하고 있다.

4막에서 물건을 마구 집어던지고 리젤에게 거칠게 굶으로써 못된 리젤을 교화한다는 설정 또한 당시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 


해석의 가능성

 'Kohlhiegel’s Daughter'는 표정이나 사물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표현주의 영화에 해당한다.

다만, 표현주의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반 모더니즘적인 속성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표현주의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1927)처럼 기술적 합리성에 대한 불안감을 극단적으로 나타낸 것도 아니고, 로베르트 비네의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 Das Cabinet des Dr. Caligari'(1920)처럼 모더니티의 이성과 통일성에 배치되는 신비주의적이거나 파편화된 현실인식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

반대로 기승전결의 내러티브로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의 연속성을 유지한 점에 있어서는 미국의 고전주의 양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독일의 비더마이어 시대에 어울리는 소소한 생활상은 영화 자체가 당시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통속 코미디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표현기법의 경우, 표현주의적 주관성을 중시했다. 특히 한 배우를 통해 이중 기믹, 그것도 극중에서 서로 완벽히 대조되는 인물을 연기하게 했다는 점은 모더니즘에서 드러나는 획일화에 대한 반발과 당대 확산되던 객체-주체 구분의 불명확성을 넌지시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학적 분석

 '메트로폴리스'나,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처럼 'Kohlhiegel’s Daughter'에서도 표현주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단순화된 조형, 과장된 원근감 같은 특징이 일부 장면에서 등장한다.

다만 위 두 작품들은 당대 표현주의 회화나 건축의 기하학적이고 비현실적 특성을 반영하여 영화 내 불안감과 부조화를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 반면, 'Kohlhiegel’s Daughter'는 공간의 역동성과 변형을 강조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3막의 중간 세플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장면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나무를 이질적인 영상 비율(1:1.3)을 사용하면서까지 인위적으로 수직 구도를 형성했다. 이는 긴장감과 엄숙함 등의 인위적인 조형미를 만든다. 당시 표현주의 회화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표현주의 건축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스케치와 수직, 수평선을 약화시키는 구도로 공간의 긴장과 불안감을 형성하는데 주력하였다면 영화에서는 인위적인 구도를 통해 안정감을 형성시켰다는 것이 차이점으로 나타난다.



<그림1>

<그림2>

<그림3>

<그림4>

<그림 1>은 영화의 1막 사버가 최초로 등장하는 장면으로, 자연 경관을 인위적인 구도를 통해 보여준다. 사버가 중앙 동선을 통해 다가옴으로써 왜곡된 원근감이 형성되먀, 점점 가까워지면서 거대해지기 때문에 극적 효과도 극대화된다.

<그림 2>는 2막에서 그레텔과 사버가 데이트를 하다가 그레텔이 눈밭으로 굴러떨어진 모습을 나타낸 장면이다. 그레텔을 정 가운데에 위치시켜 원근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명암의 대비도 세계에 대한 주관적 이해라는 당대 표현주의적 회화 양식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3>과 <그림 4>는 2막에서 리젤이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루비치는 이와 비슷한 장면을 2막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역동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인데, 특히 <그림 3>의 경우는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뤼미에르 형제의 최초의 영화 <라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 L'Arrivé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1895)에서 나타난 사선구도와 시간이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명암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유사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5>

<그림6>

'Kohlhiesel’s Daughter'에서도 '라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와 같이 회화에서 원근감과 역동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선 구도를 사용해 피사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어두운 영역이 점차 화면 전체를 채워가는 명암의 변화로 화면에 긴장을 더한다.

7. 테크닉 분석

영화언어





[인물 클로즈업 · 딥 포커스(위), 사물 클로즈업(아래)]

클로즈업 (Close Up)

  클로즈업은 영화 내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벨라 발라즈*가 말했던 것처럼 과장된 얼굴표정들과 결합해 인간적 태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 벨라 발라즈. (2003). 『영화의 이론』. (이형식, 옮김). 동문선. p.147.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이 얼굴 표정 뿐만 아니라 1막 첫 시퀀스에서 저금통이 깨지는 장면과 같이 사물을 보여주는데에도 사용된다. 사물을 확대 투영함으로써 사람과 사물을 같은 차원에 놓기 때문에, 발라즈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의 ‘숨겨진 작은 삶’을 드러내는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딥 포커스 (Deep Focus)

  딥 포커스는 광각 렌즈를 조정해 좀 더 깊은 초점 거리를 얻음으로써 대상과 배경 모두 분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당시 할리우드는 화면 가운데 놓인 스타들을 좀 더 부각하기 위해 딥 포커스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코히젤의 딸'에서는 딥 포커스가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장면마다 초점을 고르게 맞춤으로써 등장인물과 소품(브로치, 백주병 등)의 관계를 부각한다. 이는 결국 원경, 중경, 근경을 모두 분명하게 보이도록 해 관객이 능동적, 선택적으로 영화 내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롱 쇼트 (Long Shot)

피사체를 원경에서 찍음으로써 배경을 부각하고 눈밭에서 미끄러지는 사버나 썰매를 타는 리젤의 움직임을 관객들이 좀 더 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사체를 먼 거리에 둬,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장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패스트 모션, 엑셀러레이티드 모션 (Fast Motion, Accelerated Motion)

2막 무도회 시퀀스에서 등장한다. 그레텔과 마티아스가 나가고 무도회장에 마지막 음악이 흘러나올 때 춤을 추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정상 속도로 보여주다 음악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매우 빠르게 움직이도록 편집하였다. 이를 통해 춤추는 사람들의 운동성이 강조되고 코미디 영화에 어울리는 만화적인 느낌이 증대된다.


[페이드 아웃(위), 오버랩(아래)]

페이드 아웃 (Fade Out)

4막 그레텔에서 사버로 넘어가는 컷에서 사용된다. 화면이 암전된 뒤, 다시 밝아지는데 이는 루카치가 지적한 것처럼 막과 장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초기 영화의 연극적 요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오버랩 (Overlap)

페이드 아웃에 이어 바로 사용된다. 답배를 피는 사버의 정면구도에서 방안 전체를 비추는 구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쓰인다. 자연스럽게 전후 장면을 연결해준다. 

몽타주 (Montage)

몽타주는 개별 컷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시간 순의 연속 장면을 커트한 뒤, 의도에 따라 결합해 불필요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기법이다.

1막 마지막 시퀀스에서, 식사를 하다가 여관에서 사버와 세풀의 주문을 받는 리젤과 그레텔의 모습을 각각 식사 장면, 주문 장면, 기타 장면으로 나눈다. 이를 다시 결합해 불필요한 장면을 생략하고 진행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2막에서는 썰매를 타는 리젤과 결혼을 허락받으려 하는 사버의 시퀀스를 각각 분절한 뒤,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이후 사버가 위조 결혼자를 매수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음악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음악을 들려준다. 1막에서는 그레텔이 저금통을 뜯는 장면에서 박자가 점점 빨라진다. 행상인이 값을 더 높게 부르기 전에 브로치를 구입하려는 그레텔의 조급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후 그레텔이 새로 구입한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주변 사람들이 쳐다봐주기를 바라다 실망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음형이 계속 낮은 음으로 변주, 반복된다. 그레텔의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리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행진곡 풍의 음악으로 리젤의 남성스러움을 은연중에 나타낸다.

2막 무도회 시퀀스 사버가 그레텔에게 춤을 추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는 바이올린이 느리게 연주되며 두 사람 간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3막의 사버가 마티아스에게 그레텔과의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장면에서는 술을 한모금 마신 사버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표현하듯 관악기가 마디마디 끊어지듯 연주된다.

결혼식 장면에서는 사버와 리젤 두 사람의 착잡한 심경을 표현하듯 저음의 금관악기가 불안정하게 연주된다.

4막 그레텔이 우는 시퀀스에서는 플루트가 그레텔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듯 연주된다. 이어 영화가 전개되면서 점차 갈등이 해결되고 행복한 결말에 다다름에 따라 음악 또한 다시 명랑해지기 시작한다.


8. 맺음말

표현주의 영화는 이전까지 의식하지 못한 얼굴의 미를 조망해 잊혀졌던 육체적 존재로서의 미를 강조한다. 대사 하나로 모든 몸짓과 표정이 축약되는 유성영화 이전,  표정을 주목하는 표현주의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조망하는 또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9. 참고문헌

벨라 발라즈. (2003). 『영화의 이론』. (이형식, 옮김). 동문선. (원서출판 1952).
Bela Balazs. (1952). “Theory of the film”. DENNIS DOBSON LTD.
김호영. (2003). 『프랑스 영화의 이해』. 연극과 인간. p.22.
연희원. (1993). “표현주의에 대한 루카치의 비판”. 『철학연구』, 16(0). 173-183.
황보봉. (2006). “독일 표현주의 건축의 재인식 : 한스 셔로운과 휴고 헤링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15(5). 12-19.
Lukacs, Georg. (1913). “Thoughts Toward an Aesthetics of Cinema".  Polygraph 13(2001). pp.13-18.
정태수. (2002).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진보성과 보수성”. 『영화연구』. 20(0). 321-342.
남완석. (2013). “현대 예술 및 문화 : 파올 레니의 <밀랍인형의 밀실> 연구 - 바이마르 시대 영화 문화에 대한 알레고리적 해석”.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29. 29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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